아침에 사무실을 열자마자 보이는 꽃. 지난주 금요일에 우리 비서실에서 곱게, 정성껏 준비했던 꽃꽂이다. 대만의 무임소장관과 전환기정의부처장 등이 2시간 면담신청을 해놓고, 그 전날 저녁에 일방적으로 취소했다. 납득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면서. 외교적 결례다. 이미 비서실에서는 대만 국기를 모티브로 한 꽃꽂이까지 비싼 돈을 들여 주문했고, 품격있는 고급 한과도 다과용으로 준비했고, 주고받을 선물도 확정해놓은 상태. 돈 들어간 거야 그렇다쳐도 그렇게 무례한 행위를 한 것은 사흘이 지난 지금도 모욕적이다. 1992년, 우리가 전광석처럼 대만과 일방적으로 단교하고 중국과 팡파레를 올릴 때 대만도 이런 모욕감을 느꼈으리라. 아니, 이보다 훨씬 더 큰 모욕감과 배신감을 왜 아니 느꼈겠는가? 대만에 대해 내가 가졌던 복잡한 속내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아침. 출근 후 한 시간이 지나도록 마음이 복잡하다. 근무시간이지만, 후속 공무수행을 위해 나 자신을 정리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. 대만은 앞으로 내 가슴 속에 오만함과 무례함으로 남으리라.